암송 추천시

시이소오 - 문정희

日日新 2012. 12. 6. 22:47

시이소오 - 문정희

 

어둠이 내려오는 저녁 공원에서

혼자 시이소오를 탄다

이쪽에는 내가 앉고 저쪽에는 어둠이 앉는다

슬프고 둔중한 힘으로 지그시 내려앉았다가

다시 허공으로 치솟는다

얼마를 더 가야 하는 것일까

한없이 무거운 슬픔의 무게를 자꾸 땅으로 내동댕이친다

피 흐르는 무릎을 안고 버둥거린다

어둠은 한 마리 짐승처럼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나도 짐승의 눈을 응시한다

나는 다시 시이소오를 탄다

추락은 예비되어 있고

상처는 훈장처럼 늘어가지만

이쪽에는 내가 앉고 저쪽에는 어둠이 앉는다

'암송 추천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밤하늘 - 정호승  (0) 2012.12.10
오늘 하루 - 나태주  (0) 2012.12.09
비문 - 김규동  (0) 2012.11.20
그래도 저이는 행복하여라 - 김규동  (0) 2012.11.17
다리 - 허승호  (0) 2012.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