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 김종삼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
나는 시인이 못되므로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
서울역 앞을 걸었다.
저녁녘 남대문 시장 안에서
빈대떡을 먹을 때 생각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엄청난 고생 되어도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
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알파이고
고귀한 인류이고
영원한 광명이고
다름 아닌 시인이라고.
김종삼 (1921- 1984) / 황해도 은율 출생. 1953년 ‘신세계’에 ‘원정’을 발표하며 등단. 시집으로 ‘시인학교’(1977), ‘북 치는 소년’(1979) 등이 있음. '현대시학‘ 작품상 수상(1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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