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나무의 농사
- 문태준
산수유나무가 노란 꽃을 터뜨리고 있다
산수유나무는 그늘도 노랗다
마음의 그늘이 옥말려든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은 보아라
나무는 그늘을 그냥 드리우는 게 아니다
그늘 또한 나무의 한 해 농사
산수유나무가 그늘 농사를 짓고 있다
꽃은 하늘에 피우지만 그늘은 땅에서 넓어진다
산수유나무가 농부처럼 농사를 짓고 있다
끌어 모으면 벌써 노란 좁쌀 다섯 되 무게의 그늘이다
*문태준 / 1970년 경북 김천 출생. 1994년 <문예중앙>신인문학상에 시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옴. 시집으로 <맨발> <가재미> 등이 있음. 동서문학상, 미당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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