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 손수진
노을색 천막이
사람의 얼굴도 치자 빛으로 물들게 하는 저녁
잘려서도 꿈틀거리는 낙지발을 씹으며
소주잔을 들어 목으로 털어 넣는 남자
스무고개를 하듯
앞에 앉은 사람에게 묻는다
- 손가락 한 개로 뭐든 다 할 수 있어
한가지만 빼고
그게 뭔 줄 아는가?
마주 앉은 사람의 눈빛이
잠시 바다처럼 출렁인다
그리곤 빈 술잔을 채워주며
통발 걷어 올리다 잘려나간
탁자 위에 올려진 그의 엄지뿐인 오른손을 본다
- 그건 말이야
와이셔츠 소매 단추 잠그는 일이야
그럴 일 별로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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