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턴 - 이종문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니면 5학년 때 찬물로 세수를 하고 하늘에서 전학을 온, 못 오를 큰 나무 같은 여학생이 있었어요
어느 날 논둑길을 반 가웃 지났는데 도저히 못 비켜갈 그 좁다란 지름길로 그 애가 반대편에서 종종걸음 치며 왔죠
일순 논두렁이 휘이청 굽어지며 가슴이 방방이질치고 세상이 다 노래지고 논물이 몽땅 뒤집혀 허공으로 솟구쳤죠
그러나 막상 그날 아무 일도 없었어요. 멍청이 바보 축구 등신에다 얼간이가 너무도 당황스러워 급유턴을 했거든요
아아 그때 만약 그냥 딱 버텼다면 꽝꽝 천둥치고 번갯불이 번쩍 일고 폭우가 마구 쏟아지고 쓰나미가 덮쳤겠죠
하지만 유턴하길 참 잘 했다 싶습니다, 이런 시 쓰다 말고 히히히 웃다 보면 볼 발간 우리 마누라 콜콜 자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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