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송 추천시

어제 - 김길자

日日新 2010. 11. 1. 21:24

 

어제 - 김길자 (시암송반 회원)

 

화창한 오후, 봄 날

지난해 보았던 꽃 바탕이

삼삼하게 보고 싶어져

산등성이에 올라보니

그 진달래는 또 다시

내 앞에 질펀하게

어제보다 더 환히 불 타 있었고

그 언저리 다람쥐

새끼 몰고 나대 쌌는데

건장한 장년 아이를 무등태워

건정 건정 가고 있다

까르르 웃는 아이의 모습이

잠자던 어제를 깨우노라

 

유년 어느 무렵

아비의 팔에 매달려

휘영청 밝은 달을 따라 가는데

옷자락에 걸려

아이의 무릎팍에

촘촘히 박힌 사금파리

아이는 소리치고

아비는 마른 침을 삼키며

조심 조심 혀로 어루만져

당신혀에 선혈을 옮겨놓고

달빛에 젖은 진달래

한 아름 안겨 달래 주시던

 

이제 그 아비 아무데서도

찾을 수 없고

울던 아이 반백으로 서서

아린 콧등을 누르는데

개울물 같은 아이의 웃음소리

산천에 메아리 친다. (1997년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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