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들의 시사랑

김광규 님

日日新 2010. 5. 14. 20:59

명사의 시 사랑 고백


시대 현실을 매우 예민하게 반영하면서도 가장 느린 속도로 만들어지는 문학 장르가 아직도 있다. 시(詩)다. 산문의 집필 속도는 옛날보다 현저하게 빨라졌지만, 시를 쓰는 속도가 빨라졌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컴퓨터를 사용한다 할지라도 산문을 찍는 속도로 시를 쓰는 시인은 없을 것이다.


시는 여전히 오랜 시간에 걸쳐 깊은 고민 끝에 느린 속도로 씌어지고 느리게 읽히는 문학 형식이다. 밝아오는 21세기에도 그럴 것이다. 어쩌면 무서운 속도에 염증이 난 많은 21세기인들이 천천히 되풀이하여 시를 읽고 제각기 깊은 생각에 잠길지도 모른다. 바로 그 느린 특성 때문에 시가 종교와 마찬가지로 품위 있게 살아남기를 바란다. (김광규, 독문학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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