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암송칼럼(2008-14)

아들 내외를 놀라게 한 시암송

日日新 2010. 4. 19. 22:41

아들 내외를 놀라게 한 시암송


시암송반 기옥자 선생님은 70세 가까이 되셨을까. 광주의 명문여학교인 광주여고를 나오셨다. 조용한 성품에 늘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계셔서 뵐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지금까지 50편 가까이 외우셨다. 강의 시작 전 일찍 오셔서 내 가방을 들어주시거나 유인물 작업을 도와주기도 하신다. 지난 해 아들(은행원) 내외가 살고 있는 홍콩에 갔을 때 시를 암송하고 아들 내외로부터 찬사를 받았다고 하셨다. 선생님의 얘기가 흥미로워서 그때 일을 글로 써보시라고 권해 드렸더니 다음과 같은 글을 적어 오셨다.


홍콩 어느 바닷가에서 였어요. 아들, 며느리, 손주와 함께 있었지요. 손주가 모래사장에 그려놓은 그림과 발자국을 파도가 밀려와 휩쓸고 가버렸어요. 그 순간 김명수 시인의 “발자국”이 떠올랐어요. “바닷가 고요한 백사장 위에/ 발자국 흔적 하나 남아 있었네/ 파도가 밀려와 그걸 지우네/ 발자국 흔적 어디로 갔나? / 바다가 아늑히 품어 주었네.” 이 시를 기억을 더듬어 암송했더니, 아들 내외가 무척 놀라워하면서 대단하시다고, 시암송을 열심히 해보시라고 찬사와 격려를 보내더군요. 그때 난 참으로 시암송반 회원이 된 게 고맙게 생각되었지요.


‘관솔’이 뭔지 모르시는, 세대차가 느껴지는 순수함으로 가득한 문선생님과 시를 사랑하는 좋은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 즐겁답니다. 시 사랑을 일깨워 준 시암송반을 사랑하면서 열심히 암송해보렵니다. 짧은 시만이 아닌 장시(長詩)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