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면 지난 세월을 돌아보며 ‘난 한 해 뭐하고 살았나’ 하며 마음 한 구석이 텅 빈 허전함을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예전의 나도 그 중의 한 사람이었다. 이런 내가 시암송을 시작한 후로는 지난 세월의 아쉬움 속에서도 불어난 암송시 덕분에 마음의 충만감을 맛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이렇게 좋은 시암송의 행복을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후회의 느낌도 드는 것이다.
군복무 시절 이따금 100km 완전군장 행군훈련이 있었다. 이 훈련을 할 때면 50분 걷고 10분 쉬고, 24시간 계속 걷기만 하였다. 소대장인 나도 병사들과 똑같이 걸었다. 식사는 주먹밥을 주는데 추운 겨울에는 밥이 얼어서 몇 번 베어먹고마는 때가 많았다. 이 훈련을 받으면서 걸으며 잠자는 게 어떤 것인지도 알았다. 그때 암송시가 내게 있었다면 그 힘들고 지루하던 시간이 훨씬 더 견딜만했을 것이다. 30대 異國땅에서 모국과 모국어가 못 견디게 그리울 때도 우리 시를 읊을 수 있었더라면 외로움이 훨씬 덜 했으리라.
인생을 많이 산 뒤에 시인도 이런 느낌을 가졌던 것일까. ‘캠벌리 커버거’란 시인은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라는 시(류시화 시인이 엮은 책 제목이 되어 널리 알려졌다)를 남겼다. " 내가슴이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 기울였으리라. 더 즐겁게 살고, 덜 고민했으리라. (...) 분명코 더 감사하고, 더 많이 행복해 했으리라.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란 옛말도 있지 않는가. 새해에는 시암송 같은 의미있는 일에 도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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