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들의 시사랑/시인들의 일화

황금찬 시인

日日新 2009. 11. 24. 20:09

시인의 일화 - 황금찬 시인


이 시인은 목소리부터가 시인이다. 아마 어떤 이가 전화 통화를 한다면 상대방이 시인이리라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독특한 목소리마저 시인일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우선 목소리가 곱고 부드럽다. 그리고 약간 비음(鼻音)이 섞인 듯한 정감 어린 소리가 난다. 거기에다 조금 더듬거리며 뒤엉키는 말투가 참으로 구수하고 순박하면서 신뢰감을 준다.


언젠가 한국 무용가 최현의 결혼 주례를 이 시인이 맡은 적이 있다. 앞자리에 앉은 나는 머리는 반백(半白)으로 벗겨졌으나 목소리와 말투가 독특한 그의 표정이 너무나 천진스러워 시인 자신이 더 시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는 목소리뿐만 아니라 표정 또한 아이 같다. 이미 노년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얼굴은 동안(童顔)이고 얼굴색은 밝고 환했다. 나는 소박한 그의 주례사에 귀를 기울이면서 이 시인은 시를 쓰는 일밖에는 달리 할 것이 없는 그런 사람이겠다고 생각했다. (육명심, 사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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