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불
- 오세영
주렁주렁 열린 감,
가을 오자 남들 일제히 등불을
켜 들었다.
제 갈 길 환히 밝히려
어떤 것은 높은 가지 끝에서 어떤 것은 또
낮은 줄기 밑동에서
저마다 치켜든
붉고 푸른 사과 등,
밝고 노란 오렌지 등,
......
보아라 나무들도
밤의 먼 여행을 떠나는 낙엽들을 위해선 이처럼
등불을 예비하지 않던가.
* 오세영 / 전남 영광출생. 전남 장성, 전북 전주에서 성장.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국문과 및 동 대학원 졸업. 문학박사 1968년 《현대 문학》 추천으로 시단에 등단. 버클리대 초빙교수, 현재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문과 교수. 시집으로 『반란하는 빛』『무명연시』, 산문집으로 『사랑에 지친 사람이 미움에 지친 사람아』『시의 길, 시인의 길』『왈패이야기』『꽃잎우표』등 이 있음.
'암송 추천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법 (정기석) (0) | 2009.10.05 |
---|---|
세상의 길가 (김용택) (0) | 2009.09.29 |
가을의 향기 (김현승) (0) | 2009.09.24 |
가을 (함민복) (0) | 2009.09.22 |
하늘 (박두진) (0) | 2009.09.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