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송 추천시

등불 (오세영)

日日新 2009. 9. 28. 10:32

등불

 

- 오세영


 

주렁주렁 열린 감,

가을 오자 남들 일제히 등불을

켜 들었다.

제 갈 길 환히 밝히려

어떤 것은 높은 가지 끝에서 어떤 것은 또

낮은 줄기 밑동에서

저마다 치켜든

붉고 푸른 사과 등,

밝고 노란 오렌지 등,

......

보아라 나무들도

밤의 먼 여행을 떠나는 낙엽들을 위해선 이처럼

등불을 예비하지 않던가.


* 오세영 / 전남 영광출생. 전남 장성, 전북 전주에서 성장.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국문과 및 동 대학원 졸업. 문학박사 1968년 《현대 문학》 추천으로 시단에 등단. 버클리대 초빙교수, 현재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문과 교수. 시집으로 『반란하는 빛』『무명연시』, 산문집으로 『사랑에 지친 사람이 미움에 지친 사람아』『시의 길, 시인의 길』『왈패이야기』『꽃잎우표』등 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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