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
- 윤성학
참 어이없기도 해라
마중물, 마중물이라니요
물 한 바가지 부어서
열 길 물속
한 길 당신 속까지 마중갔다가
함께 뒤섞이는 거래요
올라온 물과 섞이면
마중물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릴 텐데
그 한 바가지의 안타까움에까지
이름을 붙여주어야 했나요
철렁하기도 해라
참 어이없게도
* 마중물: 펌프로 물을 퍼올릴 때, 물을 끌어올리기 위하여 먼저 윗구멍에 붓는 물
(문학박사 이기문 감수 <새국어사전> 제4판 두산동아)
* 윤성학/ 1971년 서울 출생.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 200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