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송 추천시

젊은 동리 (이시영)

日日新 2009. 7. 12. 18:34

젊은 동리 


- 이시영

 


술이 거나해지자 젊은 동리가 젊은 미당 앞에서 어젯밤에 잠 아니와서 지었다는 자작시 한 수를 낭송했다. "벙어리도 꽃이 피면 우는 것을." 미당이 들고 있던 술잔을 탁 내려놓고 무릎을 치며 탄복해 마지않았다. "벙어리도 꽃이 피면 우는 것을…이라. 내 이제야말로 자네를 시인으로 인정컸네." 그러자 동리가 그 대춧빛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대꾸했다. "아이다 이 사람아. 벙어리도 꼬집히면 우는 것을…이다." 미당이 나머지 한 손으로 술상을 꽝 내리치면서 소리쳤다. "됐네 이 사람아!"


* 이시영/ 1949년 전남 구례 출생. 196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으로 ‘만월’ ‘바람 속으로’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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