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암송칼럼(2008-14)

시암송의 힘

日日新 2008. 12. 17. 11:59
 

정신과 교수인 매형이 책을 냈다. '정신분석에로의 초대'란 책인데 이 분야에선 드문 책으로 많은 분들의 찬사를 받고 있었다. 출판사에서 출판기념회를 준비했다. 매형은 내게 그때 시를 낭송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내가 나설 자린가, 하는 망설임이 있었지만 이렇게 축하드리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어 하기로 했다.

 

인터콘티넨탈 호텔 행사장에는 많은 정신의학자들, 기자들, 하객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명강의로 이름난 이시영 박사도 축사를 했다. 난 끝 순서에 시 두 편(정호승의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피천득의 '이 순간')을 암송했다.

 

행사 다음 날이던가. 매형이 이메일 한 통을 보여 주었다. 그날 참석한 여성 정신과 의사가 매형에게 보낸 메일이었다. 앞 부분에 내 시암송에 대한 얘기가 적혀 있었다. '인터콘티넨탈 호텔의 이무석 교수님의 출판기념회를 참석하고 나서 머리 속에 맴도는 글귀가 바로 그늘이 있는 사람... 눈물이 있는 사랑이지요. 처남께서 시를 완전히 암송하셔서 읊어주셨습니다. 가슴이 싸아한 순간이었습니다.'  내 시암송이 누군가의 가슴에 전해진 걸 알고 기뻤다. 시를 그냥 보고 읽었더라면  그런 감동은 없었으리라 생각하니 암송의 힘이 새롭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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