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과의 만남

거리를 두고 보면

日日新 2009. 3. 10. 09:50
일본에 있을 때 산이 인연이 돼 차키야마 씨 부부와 가깝게 지냈다. 어느 날, 함께 산을 오르며 그 부부는 내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우리는 어떤 문제가 있으면 산에 옵니다. 산에 와서 뭘 하냐 하면, 아무 말 없이 산을 오르고 그리고 내려올 뿐입니다. 그런데 그러다 보면 문제의 해답이 얻어지더군요. 절로 풀어진다고나 할까. 하나 있는 자식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간혹 그 애가 어려워하거나 마음을 못 잡고 있다 싶으면 산에 데리고 옵니다. 산에 와서 훈계 따위를 하는 게 아닙니다. 애에게는 아무 말도 안 합니다. 물론 같이 이야기도 하지요. 다만 섣불리 뭔가를 말로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그보다는 조용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멀리서 자신의 삶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줍니다. 그러자면 말로 자꾸 아이를 방해해서는 안 되지요. 그렇게 마음 편히 산을 올라갔다 내려오면 그 애는 대개는 평정을 되찾고는 하더군요. 이런 이유로 말하자면 산은 선생님이지요. 우리 식구에게는.”


동의한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을 산에서 한다. 조용히 걸으며 자신의 삶을 거리를 두고 바라다보는 일은 삶의 밸런스를 되찾아 준다. 근심과 걱정을, 불필요한 욕심과 집착을 제거해 주고 마음에 안정을 준다. 산행은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거리를 두고 보면 가까이서는 안 보이던 것이 보인다. (최성현, 숲 지킴이) <바보 이반의 산 이야기, 도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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