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암송칼럼/시암송칼럼(2021)

소설로 맞춤법 익히기

日日新 2022. 12. 30. 06:06

무등일보 아트플러스 詩 칼럼 (2022. 12.  28 발간 예정)

소설로 맞춤법 익히기

최근 신경숙의 장편소설 ‘아버지에게 갔었어’를 읽으며 내가 잘못 알고 있거나 많은 이들이 틀리게 쓰는 낱말들을 골라봤습니다. 우리 말을 정확히 쓰는 작가의 문장들이 맞춤법 책의 예문보다도 더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소개하는 문장은 작품 속 문장이고, 괄호 안에 든 낱말은 우리가 틀리게 쓰는 경우입니다.
  
1) 큰오빠 집에서 올케가 그러는데 다 그런다고 하더라고. (올캐)   
2) 그는 J시로 가는 기차표를 예매하고... (애매)  3) 아버지가 나를 보내고 울었다는 얘기는... (애기)
4) 어두워진 후까지 소주 내기 윷판이 벌어지기도 했다. (윳판)  
5) 오백원짜리 지폐가 한두장 들어 있을 때도 있었고... (한 두장)
  
6) 나팔꽃 넝쿨로 치밀하게 위장을 하기도 했다. (덩쿨)  7) 예기치 않은 장소에서 갑자기 가족을 만나게 되었을 때... (애기치)  
8) 나는 뒤처져서 같이 가, 소리치며 뛰다가... (뒤쳐저서)  
9) 벌써 진 꽃이 통째로 나무 밑에 쌓여 있다. (통채로)  10) 웬 돌무더기일까. (왠)  
  
11) 너무 바짝 매놓지는 않았는지 확인했다. (매놓치는)  
12) 내가 아버지에게 보낸 책들이 벽면 가득히 꽂혀 있다. (꽂여)  
13) 그러고는 매일 오후 전화를 걸어 별일이 없는지 물었다. (그리고는)  
14) 내가 가리킨 계단에 택배를 내려놓고는... (가르킨)
15) 여동생이 엄마와 벌였다는 실랑이가 떠올라... (승강이)
  
16) 플래카드를 소 등에 두를 때... (프랑카드)  
17) 다음에 뵈어요. (봬어요)  
18) 수업 준비물이나 숙제를 핑계 삼아... (핑게)  19) 오빠 회사 해외업무 관리실에 들렀다. (들렸다)  20) 보통 아버지라고 할 때 으레 따라붙는... (의례)
  
21) 나는 편지 사이에 끼어 있을지도 모를... (끼여)  
22) 내가 임기응변으로 둘러대는 줄 알았는지... (임기웅변)  
23) 얘 이름은 다래이고 내 동생인디... (애)  
24) 운동신경이 아예 없어요. (아에)  
25) 교통부 관할의 진해고등상선학교였다가... (관활)
  
26) 내 신발만 눈에 띌 만큼 새것이었어. (띨)  
27) 나중에 공비로 몰려 갈치조림집이 풍비박산이 났다고. (풍지박산)  
28) 아버지는 외투를 들고 안절부절못했다. (안절부절했다)  
29) 나도 인자 인이 박여서 받아들임서 살게 되었다. (박혀서)  
30) 이 자리에 있던 우물은 왜 메워버렸을까? (매워)
  
31) 북산 아재, 대성 아재, 내춘 아재, 곰소 아제 들은... (곰소 아재들은)  
32) 자네 아버지가 나를 찾아오기 전에는 만날 수가 없었지. (찿아)  
33) 그 풍경도 이상적이어서 필름에 담아볼까 하고... (필림)  
  
이와 함께 소설 속에서 새로운 낱말들도 익힐 수 있어 어휘력 향상을 위해 소설 읽기가 큰 도움이 되는 걸 알았습니다. 다음은 몇 가지 예입니다: 호리쟁기질, 겨리쟁기질, 곰방매, 미더덕, 경첩, 야발지다, 섬망증세, 이앙기, 잡화기, 퉁생이, 생목, 암전, 수통, 우넘기, 코박신, 잠구새, 차렵이불 등.
  
이번 호 암송추천시는 정진규 님의 ‘차디찬 냄새’입니다. 소나무의 차디찬 냄새가 답답한 분들에게 선물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합니다.

차디찬 냄새/ 정진규 (1939 ~  )

한밤내 눈이 내렸다 
겨울 숲으로 나는 갔다
한 그루 우리 나라 소나무, 
우리 나라 소나무의 차디찬 냄새, 
그걸 나는 맡을 수 있었다
답답한 분들에게 
이걸 드리고 싶었다
(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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