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송 추천시

또 다른 세상 (유재영)

日日新 2009. 2. 27. 20:59
 

또 다른 세상


- 유재영



말간 귀를 세운

은사시나무가

비발디를 듣고 있다

야윈 바람은

가볍게 가볍게

발을 헛딛고

방금 숲에서 달려나온

찌르레기 울음소리가

또 다른 세상을

만나고 있다

얼마를 버리고 나면

저리도 환해지는 것일까

오늘도, 나뭇잎에는

나뭇잎 크기의

햇살이 얹혀 있고

눈물에는 눈물 크기만 한

바다가 잠겨 있다


*유재영/ 1948년 충남 천안 출생. 1973년 시와 시조가 추천되어 문단에 나옴. 시집으로 ‘지상의 중심이 되어’, 시조집으로 ‘햇빛 시간’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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