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제목 :시보다 매혹적인 시인들
저자: 김광일 (전, 조선일보 문화부장)
출판사: 문학세계사
이 책은 김광일 기자가 시 계간지 <시인세계>에 7년 동안 연재한 인터뷰를 담고 있다. 대상은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 23人. 한 분을 빼고는 한 편이라도 그 분들의 시가 내 암송시 목록에 들어있어 반가웠다. 김 기자는 김요일 시인 때로는 김요한 평론가를 동반하고 인터뷰 시인을 만나 식사를 하고 술자리를 함께 하며 시인의 내면에 담겨 있는 속엣말을 끌어내어 독자에게 전해준다. 대부분의 시인들이 내가 흠모하는 분들이어서 그들의 육성에 빨려들어가듯 매료되었다.
이 인터뷰 글을 읽으면서 강은교 시인의 아버지가 독립운동가였고, 강 시인이 이혼의 아픔을 겪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문정희 시인이 대학에 입학했을 때 은사인 서정주 선생이 “야, 하늘 아래 네가 있도다” 했다는 얘기도 흥미로웠다. 조태일, 이문구, 이시영 시인은 형제같이 가깝게 지냈다고 한다. “이류 시인이 있고 삼류 시인이 있습니까?”라는 물음에 이성복 시인은 그렇다고 하면서 “일류라면 지가 스스로 안 알겠나” 하더라는 것.
병리학자인 허만하 시인이 새벽2시 30분에 일어나 글을 쓰고 책을 읽는다는 얘기는 내 게으름을 돌아보게 했다. ‘낙화’로 유명한 이형기 시인은 시를 쓰려고 원고지 앞에 앉아 있는 심정을 “개미 한 마리가 광대한 사막 앞에 서 있는 막막함”이라고 표현했고, 고은 시인은 그 많은 작품을 쓰게 한 힘을 묻자 “예술은 광기 없으면 못 해”라고 대답했다는 등, 시와 시인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많은 대화와 일화가 있다.
시란 무엇인지, 좋은 시란 무엇인지, 시인들의 취미는 무엇인지, 시인들이 좋아하는 시인은 누군인지, 시를 쓰는 자세는 어떠해야하는지, 또는 시낭독법에 대해서... 난 이 한 권의 책에서 무척 많은 것을 배우고 얻을 수 있었다. 대부분 대화 내용을 그대로 옮겨놓아서 재밌게 술술 읽힌다는 것도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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