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과의 만남

전경린, 소설가

日日新 2013. 7. 20. 18:33

 

걷는 일은 매번 신비롭다. 공기 속에 팔을 저으면 겨드랑이 사이에서 퇴화된 부력의 기억이 되살아날 듯하고, 발바닥은 몸무게를 고르게 싣고 지표면에 더 넓게 닿기 위해 오리의 발처럼 활짝 퍼진다.

 

새 걸음이 다른 걸음을 밀어내고, 지나가는 걸음마다 내 이름을 지우며 껍질처럼 떨어져 나간다. 그래서 나는 이내 무명의 존재가 되어버린다. 모든 길은 내 곁의 아주 먼 곳이다. (전경린,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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