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에게 곤혹스러운 질문 중 하나는 대표시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어쩌면 대표시를 선택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지 시인 스스로에게는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시인에게는 매순간 쓰는 시가 이전의 시를 뛰어넘는 것이기를 바라는 간절함만이 있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 시인에게 대표시는 늘 미래에 존재하는 한 그루 나무와도 같다. 안개 속에서 그곳을 향해 걸어가게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다시 저만치 사라지는 한 그루 나무. 그 최후의 시를 향해 모든 시인은 고단하게, 그러나 끊임없이 걷는 존재들이다. (최두석,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