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송 추천시

나팔꽃 - 박선미

日日新 2012. 9. 25. 22:16

나팔꽃 - 박선미

 

아무도 살지 않는 빈터에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게

눈썹 찌푸린 철조망

양팔 벌리고 보초 서 있다.

 

꼬물꼬물

살금살금

아무도 모르게

초록 손 뻗어가더니

 

어느 날 아침

분홍 나팔꽃 한 송이

철조망 너머로 고개 내밀었다.

 

무서운 철조망도

꼼짝 못하고

웃고 말았다.

 

분홍빛으로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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