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들의 시사랑/시문학의 이해

엄경희, 문학평론가

日日新 2012. 9. 8. 21:13

말을 적게 하고도 그 뜻이 풍부함으로 넘쳐날 수 있다면 그것은 시의 묘에 다다른 말의 진경일 것이다. 시는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기 어려운 것을 말로 되살려낸다. 그러기 위해서 시인은 남김없이 말하지 않는다. 남김없이 말하는 것은 시가 아니다. 말을 감추고 그 뜻을 숨김으로써, 그리고 숨겼다는 사실을 내비치면서 언어화되기 어려운 것들의 본질에 시는 도달한다.

 

이는 시의 길이가 짧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길이가 아니라 표현된 말들이 일으키는 파문의 힘이다. 그 파문의 힘이 문면에 드러나지 않은 침묵을 능숙하게 경영할 때 시다운 시가 탄생하는 것이다. (엄경희,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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