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어머니와 밥

日日新 2010. 11. 22. 22:10

 

  어머니와 밥 - 작자미상

 

  어머니는 무식하시다.

 

  초등학교도 다 채우지 못했으니 한글 쓰는 일조차 어눌하시다. 시 쓴답시고 어쩌다 시를 보여드리면 당최 이게 몬 말인지 모르겠네 하신다. 당연하다.

 

  어머니는 참 억척이시다.

 

  열아홉 살 남편 하나 보고 시집을 와, 큰동서 시집살이에, 스무 살, 아들 낳고 몸조리도 못해 입이 돌아갔고, 밥은 먹고 살겠다싶어 공무원이 된 남편과 보리쌀 두 말을 들고 대처로 저금 나와 딸 넷을 낳아 길렀다. 남의 집살이 수십 년에 자식들 시집 장가 보내고 이제 좀 살겠다 싶었는데 하나 있던 아들이 먼저 저 세상으로 다리를 건넜다. 커다란 불덩이 하나 가슴에 담고, 칠순이 넘어서도 감을 따고 고구마를 캔다. 이번에 내 시집 나왔구만 하면, 이눔아 시가 밥인겨 돈인겨 니 새끼 제대로 먹여 살리고는 있는겨 하신다. 당연하다.

 

  무식하고 억척스런 어머니가 내 모국어이다. 그 무식한 말들, 억척스런 말들이 내 시의 모국어다. 당연하다.

지금까지 써 온 수백 편 시들을 전부 모아 밤새 체를 쳤다. 바람 같은 말들, 모래 같은 말들, 다 빠져나가고 오롯이 어. 머. 니. 와 밥. 만 남았다.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