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名士)들의 시 사랑 고백
* 분명 정상의 상태에서는 벗어나 있는 내 의식에 이만큼 균형을 잡게 해 준 것은 문학이고 시였다. 고전문학 연구에 뜻을 둔 나의 부친이 6.25가 끝난 후 서울에 귀환하면서 시조를 창작하기 시작한 것도 마음의 균형을 찾기 위한 시도가 아니었을까 나 혼자 짐작해본다.
중학교 때부터 시작된 시와의 만남은 사춘기적 감상과 결합되어 내면의 공허감을 키운 점도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삶의 폐허 어딘가에 영혼이 살아 움직이는 소중한 영역이 있다는 사실을 나에게 일깨워주었다. 생의 고비에 부딪칠 때마다 시는 나에게 힘이 되었고 마음의 위안이 되었다. 시는 가볍고 텅 빈 것 같은 현실 저편에 아름답고 자유로운 영지(領地)가 있음을 알려주는 등대와 같았다. 그런 의미에서 시는 폐허 속에 드리워진 하나의 축복이었다.
* 생활의 자리에서 벗어나 문학의 자리에서 보면 가난과 결핍을 견뎌내게 하는 것이 바로 시다. 생활의 지배에서 벗어나 인간 정신의 자유를 누리게 하는 것이 시다. 오후 다섯 시의 두통 속에서도 한 줄기 위안을 얻게 하는 것이 시다. (이숭원, 문학평론가 서울여대 교수)
'명사들의 시사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재무, 강형철 님 (0) | 2009.09.05 |
---|---|
노창선 님 (0) | 2009.08.28 |
김영진 님 (0) | 2009.08.22 |
원재훈 님 (0) | 2009.08.20 |
이은봉, 오세영 님 (0) | 2009.08.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