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송 추천시

슬픔 (김현승)

日日新 2009. 4. 27. 19:55
 

슬픔


- 김현승



슬픔은 나를

어리게 한다.


슬픔은 

죄를 모른다,

사랑하는 시간보다도 오히려.


슬픔은 내가

나를 안는다,

아무도 개입할 수 없다.


슬픔은 나를

목욕시켜 준다,

나를 다시 한번 깨끗게 하여 준다.


슬픈 눈에는

그 영혼이 비추인다,

고요한 밤에는

먼 나라의 말소리도 들리듯이.


슬픔 안에 있으면

나는 바르다!


신앙이 무엇인가 나는 아직 모르지만,

슬픔이 오고 나면

풀밭과 같이 부푸는

어딘가 나의 영혼......


*김현승 (1913-1975) / 평양 출생. 평양 숭실전문 졸업. 1934년 ‘쓸쓸한 겨울이 올 때 당신들은’ ‘어린 새벽은 우리를 찾아온다 합니다’를 동아일보에 발표하여 문단에 등단. 전남 문화상, 서울시 문화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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