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 김현승
슬픔은 나를
어리게 한다.
슬픔은
죄를 모른다,
사랑하는 시간보다도 오히려.
슬픔은 내가
나를 안는다,
아무도 개입할 수 없다.
슬픔은 나를
목욕시켜 준다,
나를 다시 한번 깨끗게 하여 준다.
슬픈 눈에는
그 영혼이 비추인다,
고요한 밤에는
먼 나라의 말소리도 들리듯이.
슬픔 안에 있으면
나는 바르다!
신앙이 무엇인가 나는 아직 모르지만,
슬픔이 오고 나면
풀밭과 같이 부푸는
어딘가 나의 영혼......
*김현승 (1913-1975) / 평양 출생. 평양 숭실전문 졸업. 1934년 ‘쓸쓸한 겨울이 올 때 당신들은’ ‘어린 새벽은 우리를 찾아온다 합니다’를 동아일보에 발표하여 문단에 등단. 전남 문화상, 서울시 문화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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