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춘홍 님
1960년대 단발머리 중학생 시절의 나를 잠시 되돌아본다. 국어교과서에 실린 시 몇 편을 쪽지에 적어 등하교 길에 열심히 외웠다. 시심을 불태우며 시인에 대한 막연한 꿈을 꾸었던 그 시절이 생각나 미소 짓게 한다. 그 때 누군가로부터 김소월과 박목월의 손때 묻은 시집을 빌려와 시험공부도 접어두고 밤 새워서 노트에 옮겨 적어 2권의 시 노트를 만들었다. 꿈 많던 사춘기 소녀의 시에 대한 동경과 열정이 샘물처럼 솟아나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
그 후 50여년의 빛바랜 세월이 흘렀다. 신문이나 잡지 등에 실린 새로운 시를 접하면 스크랩하여 시 노트를 만들어 책장에 꽂아두고 간혹 읽어보는 버릇이 생겼다.
1971년에 시작한 공무원 생활은 39년간을 무사히 근무하고 정년퇴직 하였다. 무의미한 일상의 나른함에서 벗어나고 싶어 2011년 9월 빛고을노인건강타운 시암송반 수강생이 되었다. 지금은 오랫동안 시린 향수처럼 품고 살았던 시의 세계에 빠져 행복한 나날을 즐긴다.
서툴고 세련되지 못한 나의 시어 실력으로는 맘에 쏙 드는 시 한편 아직 쓰지 못한다. 그러나 강사님의 훌륭한 지도로 좋은 시를 읽고, 배우고, 외우며 시의 세계에 도취한다. 아침 해가 솟아오르기 전 창문을 열고 상쾌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시 한편을 외워 본다. 한편의 시가 외워지면 내 마음에 시꽃 한 송이 피어나 향기롭다.
초로의 문턱에 선 나에게 한편의 시를 즐기면서 살아가는 기쁨을 선물해 준 시암송국민운동본부 문길섭 선생님께 감사드리면서 오늘도 시와 함께 하루해가 저문다. (2012. 2. 1 이춘홍 / 한국 최초 여성동장과 서기관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