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들의 시사랑/시문학의 이해
유종호, 문학평론가
日日新
2011. 7. 5. 20:24
시문학의 이해
소리와 뜻이 조화되어 있는 시가 좋은 시라 생각합니다. 요즘 별로 거론하는 이가 없는 엘리엇(T. S. Eliot)은 시인이나 독자가 청각적 상상력을 풍부히 가지고 있어야 제대로 좋은 시를 쓸 수가 있고, 또 좋은 시를 알아볼 수가 있다는 말을 했습니다. 요컨대 청각적 상상력은 하나의 말이 가지고 있는 울림이나 소리, 즉 음악적인 요소를 알아보는 능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소리는 참 좋은데 뜻은 약한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가령 오장환과 박인환의 시는 매우 음률적입니다. 그런데 뜻이 조금 약해서 울림 또한 얼마쯤 부족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뜻과 소리가 균형 잡혀 있고 조화로운 시가 좋은 시가 아닐까요?
그런데 〈님의 침묵〉과 〈질마재 신화〉는 음악적인 요소가 비교적 약한 산문시임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지라 할 수 있습니다. 음악적인 요소가 부족해도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진한 깊이가 있기 때문에 저는 〈님의 침묵〉과 〈질마재 신화〉는 조금 예외적인 시라고 보고 있습니다. (유종호,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