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들의 시사랑/시인들의 일화
부인이 남편 서정주 시인에게 보낸 편지
日日新
2011. 4. 13. 19:09
오랫동안 소식이 적적하와 아례압
그 곳에 계실 줄 믿습니다. 이 곳의 숙은 부모님 모시고 무고하옵니다. 그 동안 몸이나 건강하시온지 숙은 주야 그게 걱정이오며 멀리 비나이다.
이곳은 오랫동안 비가 아니 와 모들도 못 심고, 흉년 들까봐 먹을 것 걱정들이나 하고 하루 하루를 보냅니다. 우리들의 생활인가 봅니다.
정주씨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계시옵는지 시골의 달밤이라 어찌 이렇게도 맑고 맑은 달인지 깨끗한 저 달을 바라보니 저의 마음도 저 달과 같이 지고 싶습니다. 저 달이 내 앞에 오면 숙도 잠이 듭니다.
우리들의 살기가 이렇게도 괴로울 줄, 꿈과도 같습니다. 운명인가 봅니다. 어떤 때는 소리 없이 울다가도 잠이 듭니다.
정주씨, 얼마나 고통에 싸여 헤매시는지 숙도 생각지는 못할 괴로움이요, 슬픔이겠지요.
집안 일은 잊어버려 주십시오. 숙은 다만 정주 씨를 의지하고 살아나가는 걸 잊지 말아 주십시오. 늘 건강을 바라나이다. 술은 너무 마시지 말으시기를 빕니다.
주소도 알지 못하고 편지하는 것을 용서하시압. 앞으로 이 못난 숙을 언제나 찾아 주시기를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