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들의 시사랑
김선우, 시인
日日新
2011. 3. 25. 20:01
명사의 시사랑
단 한 사람의 가슴이라도 제대로 지펴 보고 싶은 것이 시인의 마음입니다. 단 한 사람의 독자라도 내 시를 진심으로 사랑해 준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시인들은 말하곤 합니다. 물론 시인들이 시를 발표하는 것은 보다 많은 독자와 소통하고 싶어서이죠. 하지만 참으로, 단 한 사람과 제대로 소통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족한 것이 또한 시입니다. 시인은 욕심이 많지 않지요.
소통, 대화, 위로와 치유의 소망. 이런 마음들이 시적인 마음의 전부라고 할 수는 없지만, 시를 쓰는 마음의 가장 중요한 근간을 이루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시인의 존재가 ‘잠수함 속의 토끼’에 비유되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입니다. 토끼는 잠수함에 강제로 태워지지만, 시인들은 스스로 잠수함에 오릅니다. 그리하여 동시대 사람들이 시를 통해 소통하고 정화(淨化)되기를 바라고 소망합니다. (김선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