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암송칼럼(2008-14)

춤, 시, 커피와 강금실 장관

日日新 2009. 1. 14. 13:20

몇 년 전 법무장관직에 오른 한 여성을 눈여겨 보게 되었다. 판사와 변호사를 거친 40대의 당찬 여성이었다. 법조인의 딱딱한 이미지와는 달리 춤도 즐긴다는 말을 듣고 ‘멋을 아는 자유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그가 쓴 한 편의 글을 읽으면서 그가 남다른 시애호가란 느낌을 받았다. 대학시절 시를 가까이 하여 독서의 대부분이 시집 읽기로 채워졌다고 한다. 그후론 시와 멀어졌다고 하는데  “시와 이렇게 점점 멀어지는 인생을 두고 잘살고 있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고백한다. 그는 시가 ‘마음의 고향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하면서 “세상에 보기 드물게 아무런 괴로움이나 어려움 없이 마냥 좋아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소중한 것”이라고 시에 대한 애정을 진하게 나타냈다.


그가 좋아한다는 시와, 그의 시 읽기 방식도 내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나는 시의 의미를 묻지 않고 그냥 리듬과 어감만으로 읽기를 좋아한다. 그러면서도 그 리듬 속에서 가슴으로 스며드는 파장(波長)이 있는 시를 좋아한다.”


얼마 전 형님이 내게 들려주신 얘기도 퍽 인상적이었다. 한 tv 대담프로에서 “강 장관님은 어느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십니까?”라는 물음에 “다음 날 아침에 마실 한 잔의 커피를 생각할 때입니다” 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형님은 이 일화를 전하면서 “전에는 잘 몰랐는데 이 말을 듣고 강금실 씨가 좋아지더라” 하셨다. 아침 커피를 마실 때면 시를 소중히 여기고 한 잔의 커피에도 행복을 느낀다는 그분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