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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구두 - 강경호

日日新 2010. 10. 22. 20:46

 

아버지의 구두

- 강경호

 

아버지 돌아가시고

누님이 유품 모아 불태워 버렸는데

내 구두인줄 알고 놔둔

고흐의 구두 같은 흙 묻은 구두

 

논두렁 밭두렁

당신의 생처럼 질척거리는 길 걸었을

내 마음보다 한 치수 품이 넓은 구두

닦아도 쉽게 빛이 나지 않는데

 

아버지의 지문처럼 뒷굽 닳은 구두를 신고

내 길을 가면

마치 아버지의 등을 밟은 것 같아

구두 꺾어 신지 못하고

함부로 돌멩이 차지 못해

조심스럽게 길 건너갈 것 같은 구두

 

철모르는 아들 안 잊혀

이승에 남아 함께 길을 걷는

낡은 아버지의 구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