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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풀처럼

日日新 2010. 9. 30. 19:16

 

그냥 풀처럼

 

- 김종희

 

매일 오후 두 시가 되면 나는

홍은동에 있는 작은 산을 오른다

세상이 필요로 하는 일은 잠시 접어두고

몸이 원하는 일만을 할 뿐이다

먹는 일 자는 일 노는 일도 있지만

몸을 햇볕에 내놓고 햇볕을 쪼여주고

숲으로 들어가 산소를 마시게 하고

눈에는 푸른 하늘 파란 나무를 보여준다

몸이 소중히 여기는 것은

오직 생명뿐이니

그 원을 들어주려고 나는 매일

혼자 이 적막한 산을 오르내린다

그냥 풀이 바람에 나부끼듯이

 

<2003년 (시문학)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