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과의 만남

세상은 보는 대로 존재한다

日日新 2010. 7. 25. 20:16

세상은 보는 대로 존재한다


신발 사러 가는 날...

길에 보이는 건 모두 신발뿐이다.

길가는 모든 사람들의 신발만 눈에 들어온다.

사람 전체는 안중에도 없다.


미장원을 다녀오면...

모든 사람의 머리에만 시선이 집중된다.

그 외엔 아무것도 안 보인다.


그런가하면 그 반대 경우도 있다.

근처 도장방이 어디냐고 물어오면

나는 갑자기 멍해진다.

어디서 본 듯도 한데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해변에 사는 사람에겐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어느 저녁,

문득 바라다본 수평선에 저녁달이 뜨는 순간,

아, 그때서야 아름다운 바다의 신비에 취하게 될 것이다.


세상은 내가 느끼는 것만이 보이고,

또 보이는 것만이 존재한다.

우린 너무나 많은 것들을 그냥 지나치고 있다.

느끼질 못하고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늘이, 별이, 저녁놀이,

날이면 날마다 저리도 찬란히

열려 있는데도 우리는 그냥 지나쳐 버린다.

대신 우린 너무 슬픈 것들만 보고 살고 있다.

너무 언짢은 것들만 보고 살고 있다.

그리고 속이 상하다 못해 좌절하고 자포자기까지 한다.

희망도 없는 그저 캄캄한 날들만 지켜보고 있다.


반 컵의 물은 반이 빈 듯 보이기도 하고

반이 찬 듯 보인다. 비었다고 울든지, 찼다고 웃든지,

그건 자신의 자유요 책임이다.

다만 세상은 내가 보는 것만이 존재하고

또 보는 대로 있다는 사실만은 명심해야겠다.

내가 보고 싶은 대로 존재하는 세상이 그래서 좋다.


비바람 치는 캄캄한 날에도 저 시커먼 먹구름장을

꿰뚫어볼 수 있는 여유의 눈이 있다면,

그 위엔 찬란한 태양이 빛나는 평화스런 나라가 보일 것이다.


세상은 보는 대로 있다. 어떻게 보느냐,

자신의 책임이다. (이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