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日新
2010. 7. 18. 20:08
한 선비의 일기
(1920년 8월 20일)
더웁다. 맑다. 책이나 보고 소일하였다.
집에 있든지 다른 곳에 있든지 나와 늘 친한 벗은 책이다.
동서고금인의 사상과 감정을 알겠다.
만일 이러한 책들이 없었더라면 과연 심심하여 살 수 없겠다.
한갓 사람 데불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주거니 받거니하여 떠드는 맛은 없으나, 그 대신 조용하고 은근하고 비밀하고 심오하고 신묘하고 정일(精一)한 맛이야 이에 더할 것 없으며 견줄 것 없으리라. 참 즐거웁다.
(최승범, 시인) < 스승 가람 이병기, 범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