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들의 시사랑
구상 님
日日新
2010. 6. 28. 20:36
시는 인간의 끼니다
지난 주에 내가 가장 감명깊게 읽은 기사는 한국일보 빠리 김성우 특파원의, 불란서 현대시의 원로인 르네 샤르와의 대담입니다. 거기에서 “시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김 특파원 질문에 르네 샤르는 거침없이 “시는 인간의 끼니다. 그리고 시는 인간에게 있어 새와 산과의 관계와 같다”라고 대답합니다.
즉 시는 인간에게 없어서는 생명이 유지 안되는 양식이요, 보금자리라는 말입니다. 이 말을 한국에서 내가 했다면 요새 시속말로 ‘정말 시 같은 소리 좋아하시네’하고 핀잔을 받기 십상이었을 것이나 초등학교만 졸업해도 자기네 고금의 명시들을 줄줄 외우고 중등교육 마지막(우리 고등학교에 해당함)에서는 철학을 집중적으로 가르쳐 예지의 원천을 시로 명확히 인식하고 있는 불란서 국민들에게 있어서 시가 인간의 정신이나 영혼의 양식이요 보금자리라는 이 시인의 말은 아무런 과장도 기경적(奇驚的) 비유도 아닐 것입니다. (구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