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암송칼럼(2008-14)
시인의 감수성과 통찰력에 대한 한 목회자의 고백
日日新
2009. 1. 6. 21:49
어제 오후에 형님의 전화를 받았다. 안부를 물으신 다음 시 얘기를 꺼내셨다. 인터넷 동영상으로 서울 새문안교회 이수영 목사님의 설교를 듣는 중에 목사님이 소개한 시 두 편이 좋아서 산행 중에 그 중 한 편을 외웠다고 하시며 그 시를 외워주셨다.
이목사님은 한국인 최초로 프랑스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은 아주 지성적인 분이다. 난 그분이 내가 체류 중이었던 스트라스부르에 들렀을 때 수인사를 나눈 일도 있고, 목회자가 설교 중에 시 얘기를 꺼낸 일이 특별하게 여겨져 형님의 얘기를 관심 있게 들었다.
목사님은 먼저 김시현 시인의 <낙엽>을 소개했다고 한다. “낙엽은 미래의 동경도 없고/ 슬픔과 희열에 넘치는 감정도 없다/ 그러나 세상을 터득한 철학이 있고/ 애련을 놓아버린 평화가 있다/ (...) /하늘하늘 춤추듯이 내려오는 낙엽에는/ 그냥 자연이 있을 뿐이다.” 최근에 분노 등으로 마음이 편치 않았던 목사님은 낙엽에서 ‘애련을 놓아버린 평화’를 보고 ‘자연’을 읽는 시인의 감수성과 통찰력이 부러웠다고 한다. 이와 함께 다른 어디에서도 못 들어본, 내 마음에 큰 울림을 주는 의미심장한 고백을 남겼다. “낙엽을 만드시고 거기서 인생과 자연을 관조하는 視線을 한 시인에게 허락하시며, 그것을 통해 새로운 자기성찰을 하게 하시는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