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日新
2010. 6. 6. 22:42
죽고 난 뒤의 팬티
- 오규원
가벼운 교통사고를 세 번 겪고 난 뒤 나는 겁쟁이가 되었습니다.
시속 80킬로만 가까워져도 앞좌석의 등받이를 움켜쥐고
언제 팬티를 갈아입었는지 어떤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재빨리 눈동자를 굴립니다.
산 자(者)도 아닌 죽은 자(者)의 죽고 난 뒤의 부끄러움,
죽고 난 뒤에 팬티가 깨끗한지 아닌지에 왜 신경이 쓰이는지
그게 뭐가 중요하다고 신경이 쓰이는지 정말 우습기만 합니다.
세상이 우스운 일로 가득하니
그것이라고 아니 우스울 이유가 없기는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