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청 님
명사의 시 사랑 고백
최근들어 한국시가 일반적으로 지니고 있는 병폐들이 있습니다. 시가 지나치게 산문화되가고 있을뿐더러 시 자체가 황폐하고 질박하기 짝이 없습니다. 읽다보면 사람을 침울하고 짜증나게 만들기까지 합니다. 단순히 시의 길이만 가지고 하는 얘기가 아닙니다. 시가 보다 더 정제되고 승화돼야 한다는 겁니다.
한국 시가 병들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시 공부를 탄탄하게 하지 않고 시인으로 등단하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밤을 새우는 오래고 고된 문학청년기를 보내야만 좋은 시를 쓸 수 있습니다. 하얗게 지새우는 고뇌의 순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그래서 전 젊은 문학도들에게 당장의 등단이 급한 것이 아니라 자기 성찰을 위해 많은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문학적 역량이나 언어를 갈무리하는 능력이 성숙되지 않은 채 등단하면 자신의 욕구불만을 마치 욕설을 내뱉듯이 막 쏟아버리기 때문입니다.
또한 독자로 하여금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시인과 독자는 협동의 관계입니다. 독자도 한 편의 시를 이해하기 위해 자신의 상상력을 동원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시들은 독자 몫까지 다 얘기해버리는 것이 문제입니다.
시가 고운 얘기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시가 짜증과 불안, 우울을 유발한다면 문제가 있습니다. 독자들이 시와 멀어지는 이유도 시가 꿈과 비전을 제시해주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시가 지닌 가장 원초적인 정신은 맑고 곱고 깨끗한 정신을 갖게 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생태운동을 벌여나갈 계획입니다. 오늘날 생태의 문제는 인간 생존과도 직결되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시인으로서 시대가 당면한 위기를 알리고 대응방안을 제시해야할 책무가 있습니다.
또 아름다운 시를 암송할 수 있는 운동을 펼칠 계획입니다. 구체적 실천 프로그램으로 4월 24, 25일 열리는 '울산 고래문학 축제'에서 시 낭송회를 열고, 6월에는 덕유산 자연휴양림에서 '자연사랑 시낭송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시를 암송한다는 것은 아름다운 시를 마음 속에 간직할 수 있는 좋은 습관입니다. 암송하는 문화가 생긴다면 시가 생활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고등학교 졸업을 한 후 시 150편 정도를 암송했습니다. 억지로 암송을 하려고 해서 그리 된 것이 아니라 좋아서 읽다보니 그리 된 것이지요.
시를 암송하면 자기도 모르게 시가 지니는 논리적 구조를 이해하고 터득하게 됩니다. 시를 암송하는 운동을 학생들 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확산한다면 국민들의 정서순화에도 좋을 것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애송시 몇 개를 낭송할 수 있는 직장인이 많아진다면 참 멋지지 않을까요?
(이건청,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