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들의 시사랑

전미정 님

日日新 2010. 3. 27. 13:22

명사의 시 사랑 고백


지상에 존재하는 많은 시들이 슬프고 우울하다. 그런데 참으로 의아한 일이다. 그토록 슬프고 우울한 시들이 우리의 마음을 치유하는데 더없이 좋은 도구가 된다니 말이다. 믿기 힘들겠지만, 시인 셸리가 말한 대로 슬픔에 내재하는 쾌감은 즐거움의 쾌감보다 훨씬 더 달기 때문이다. 이 달콤 쌉싸레한 시의 맛을 누가 거부할 수 있겠는가. 시 속에서, 상처받은 수많은 너와 내가 어우러져 빚어낸 우리라는 황홀한 삶의 바다를 만나면, 마음은 해갈의 자유, 사랑의 자유 속에 젖어들게 된다.


지독히도 고통스런 시를 읽으면 지독히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역설적 치유를 나는 믿는다. 이제는 고통의 극치와 행복의 극치가 만나는 절정에서 돌같이 굳어진 마음이 눈 녹듯이 녹아내리면 좋겠다. 상처가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 그 뭉클한 순간을 나누었으면 좋겠다. 나라는 빗장을 열고 너에게로 다가가 우리가 되어 춤추는 기쁨을 누리면 좋겠다.


세상에는 완전한 기쁨도, 완전한 슬픔도 없다. 기쁨도 슬픔도 절망도 행복도 삶이라는 커다란 드라마 안에서 순서대로 나타날 뿐이다. 그동안 상처받은 당신 앞에 기다리고 있는 순서는 그 상처가 꽃을 피우는 시간뿐이다. (전미정, 시인 인천대 국문과 초빙교수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