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미소
외국 여행을 몇 군데 한 뒤부터 외국 사람들을 만나면 의도적으로라도 미소를 건넨다. 동양 사람들보다 서양 사람들의 얼굴이 훨씬 밝다. 백색인종들이 피부색도 그렇지만 얼굴 표정도 밝다. 흑색인종보다 오히려 황색인종의 얼굴 표정이 어둡다. 이가 하얘서 그런지 흑색인종들 표정도 그런 대로 밝게 보인다.
요즘 내 얼굴이 밝아졌다.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얼마 전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 여행을 한 뒤부터 달라졌다. 그들 나라 사람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눈과 코, 입과 함께 달려 있었다. 그들에게서 화난 얼굴은 보지 못했다. 항상 미소를 띠고 있었다.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밝으니 나라 전체가 밝아 보였다. 사람도 웃고 나라도 웃고 있었다.
그들 속에 며칠을 머무르다 보니 내 얼굴도 밝아졌다. 짧은 여행 기간이었지만 그들의 미소가 내게 전염이 된 모양이었다. 여행을 하는 내내 미소를 띠면서 다녔다. 그 덕에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에서 값진 미소를 선물 받았다. 물론 그들 나라의 자연 유산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 이 땅의 주인이 자연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그들이 부럽지 않았다면 그것은 거짓말이다.
그래도 나는 자연 유산 못지않은 그들의 미소에 더 반해버렸다.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박물관에서 만난 모나리자보다 더 아름다웠다. 사실 모나리자의 미소는 차갑고 새치름해 보였다.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 사람들의 환한 미소와는 달랐다. 아무튼 나는 그들의 미소 앞에 기가 죽고 말았다. 내 모습이 초라해 어디든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홍미숙, 수필가) <희망이 행복에게, 문예춘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