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송 추천시

초승달 - 나희덕

日日新 2009. 11. 4. 20:43

초승달


- 나희덕



오스트리아 마을에서

그곳 시인들과 저녁을 먹고

보리수 곁을 지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등 뒤에서 어떤 손이 내 어깨를 감싸쥐었다

나는 그 말을 알아들었다

그가 몸을 돌려준 방향으로 하늘을 보니

산맥 위에 초승달이 떠 있었다

달 저편에 내가 두고 온 세계가 환히 보였다


그 후로 초승달을 볼 때마다

어깨에 가만히 와 얹히는 손 있다


저 맑고 여윈 빛을 보라고

달 저편에서 말을 건네는 손

다시 잡을 수 없음으로 아직 따뜻한 손


굽은 손등 말고는 제 몸을 보여주지 않는 초승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