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암송칼럼(2008-14)
천재에 부닥치는 환희
日日新
2008. 12. 24. 10:28
피천득 선생의 글에 하버드 대학의 롤링스 교수가 스물 다섯에 세상을 떠난 '키츠'라는 시인을 연구하느라 70 평생을 다 보내고 아직도 숨을 헐떡이면서 <엔디미온>을 강의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얘기 끝에 피 선생은 롤링스 교수가 '천재에 부닥치는 환희'를 즐기는 모양이라고 평한다.
베토벤의 '제9교향곡'을 들으면서,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을 올려다 보면서, 빠리의 노트르담 성당을 바라보면서, 로댕의 조각상 '생각하는 사람' 앞에서 우린 '천재에 부닥치는 환희'를 경험한다.
다른 예술가들도 그렇겠지만 '언어의 연금술사'인 시인들은 정말 천재라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시인들은 이런 깊은 생각을 하고, 이런 섬세한 표현을 할 수 있는가!" 시를 대하면서 이런 느낌을 갖는 건 나만이 아닐 것이다. "가장 많이 감동하는 사람이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문학평론가 정효구). 내가 틈만 있으면 시암송의 강물에 뛰어드려는 것은 '천재에 부닥치는 환희'를 느끼고 싶기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