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과의 만남

범사에 감사하는 마음

日日新 2009. 7. 14. 22:20

범사에 감사하는 마음


내 주위 사람들은 나를 ‘조증환자(躁症患者)!’라고 부른다. 사람이면 누구나 조(躁)와 울(鬱), 즉 기분이 좋았다 가라앉았다 하게 마련인데 나는 언제나 조조조조, 기분이 업되어 보이기 때문이란다. 목소리 톤이 높고 빨라서일 거다. 전화로만 안부를 주고받는 사람들이 이런 소리를 더 자주 하는 걸 보면 말이다.


그런데 사실을 말해볼까? 난 진짜로 거의 언제나 기분이 좋다. 살다 보면 나라고 화나거나 마음 상하는 일이 왜 없겠는가. 근데 무슨 조화인지 화가 나도 잠깐 바르르 하고 나면 금방 풀리고 몹시 마음 상한 일도 하룻밤 잘 자고 나면 잊어버린다(성격도 좋지!).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새로 맞는 하루가 기대돼서인지 이불 속에서 혼자 배시시 웃는다(이건 약간 중증인가?). 열악하거나 긴장된 구호 현장에서도 동료들과 어떻게든 우스갯소리를 주고받으며 배꼽 빠지게 웃는 걸 좋아한다. 심지어는 방금 다녀온 전쟁터의 참상을 전하기 위해 텔레비전에 나와서도 침통해야 하는 순간에 나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리고 생글거려 된통 욕을 먹은 적도 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물으면 뭐라고 콕 집어 할 말이 없다. 유전공학 연구자들은 내가 그런 유전자를 타고났다고 하겠고, 심리학자들은 뭐든지 일단 좋게 보이는 내 ‘분홍색 인생 색안경’의 조화라고 하겠다. 호르몬 전공의인 지인은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엔도르핀의 과다 분출로 인한 '영구적 비정상 상태‘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위에서 말한 전문가들의 소견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겠지만 아마추어의 짐작으로는 범사에 감사하는 마음 때문이 아닐까 한다. (한비야, 전 NGO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 <그건 사랑이었네, 푸른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