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송 추천시

풀잎 (조창환)

日日新 2009. 6. 19. 19:48
 

풀잎


- 조창환



풀잎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향기가 드나드는 작은 숨구멍들이 보인다


숨구멍들은 늘 열려 있기도 하고

늘 닫혀 있기도 한 회전문이다


회전문으로

깃털처럼 부드러운 바람이 드나들어

바람이 흘리고 간 얼룩이 남아 있어


가을 잠자리 파르르 떨고 있는

풀잎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토마토 국물 같은 눈물 자국이

떨고 있는 것도 보인다


* 조창환 / 1945년 서울 출생. 서울대 국문과 졸업. 1973년 ‘현대시학’ 추천으로 등단. 시집으로 ‘빈집을 지키며’ ‘파랑 눈썹’ 등이 있음. 한국시인협회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