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송 추천시

선운사에서 (최영미)

日日新 2009. 5. 5. 19:44
 

선운사에서


-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것은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최영미/ 1961년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와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를 졸업. 1992년 《창작과비평》 겨울호에 〈속초에서〉외 7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서른, 잔치는 끝났다》(창작과비평사, 1994),《꿈의 페달을 밟고》(창작과비평사,1998),《돼지들에게》(실천문학사, 2005)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