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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어 (서정주)

日日新 2009. 3. 18. 20:44
 

밀어(密語)


- 서정주



순이야, 영이야, 또 돌아간 남아.


굳이 잠긴 잿빛의 문을 열고 나와서

하늘가에 머무른 꽃봉오릴 보아라.


한없는 누에실의 올과 날로 짜 늘인

채일을 두른 듯, 아늑한 하늘가에

뺨 비비며 열려 있는 꽃봉오릴 보아라.


순이야, 영이야, 또 돌아간 남아.


저,

가슴같이 따뜻한 삼월의 하늘가에

인제 바로 숨쉬는 꽃봉오릴 보아라.


- ‘백민’ (1947.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