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과의 만남
엄마의 편지
日日新
2009. 3. 15. 16:58
“내가 오늘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좀 우습지만 네가 용납해주기를 바라며, 시인인 너에게 조금 도움을 청할까 한다. 요즘 자꾸만 떠오르는 시 구절이 있는데, 내 기억이 맞는지, 또 누구의 작품인지 확실히 몰라.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오르는 아침날빛이 빤질한 은결을 도도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옛날에 학교 다닐 때 배운 시인데, 네가 좀 알아봐서 적어 보내주면 참 고맙겠다. 그밖에도 읽고 외우기 좋은 시들이 있으면 더 적어 보내주렴. 엄마는 친구조차 챙길 겨를 없이 살아와 이제 얘기를 주고받을 사람이 없단다. 옛날 친구들 중에 정말 꼭 만나고 싶은 사람 몇이 있지만 찾을 길이 없어...”
“엄마는 늘 바쁜 생활에 쫓기며 살았지만, 너만은 좀 여유를 갖고 살기를 원했다. 그런데 엄마보다 오히려 더 바쁘고 가파르게 살고 있으니, 어찌된 일이냐. 그러나 바쁜 것 그리 나쁘지만은 않아. 다만 인품이 마모되지 않고 평온을 잃지 않고 결실을 남기는 삶이 되려면 더욱 자신을 돌아보며 살아야 되지. 엄마는 너무 험하게 살아왔고 많이 상해 있음을 느낀다. 뒤늦게나마 곱게 살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나희덕, 시인) <반통의 물, 창작과 비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