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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모를까 (김용택)

日日新 2009. 3. 8. 19:05
 

사람들은 왜 모를까


- 김용택



이별은 손 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 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

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벚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은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앉은 산들은 외롭고

마주보는 산은 흰 이마가 서럽다

아픈 데서 피지 않는 꽃이 어디 있으랴

슬픔은 손 끝에 닿지만

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

저문 산 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

뒤로 오는 여인이 더 다정하듯이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

사람들은 왜 모를까 봄이 되면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이 꽃이 된다는 것을

(소월시 문학상 수상작품)


* 김용택 / 1948년 전북 임실 출생. 1982년 ‘창작과 비평’ 의 21인 신작 시집에 ‘섬진강 1’을 발표하며 등단. 시집으론 ‘그리운 꽃 천지’ ‘그 여자네 집’ 등이 있음. 김수영 문학상, 소월시 문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