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日新 2021. 11. 15. 09:46

무등일보 격주간지 詩 칼럼
(2021. 11. 17  발간)

딸의 결혼

며칠 전에 맏딸의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두 달쯤 전에 딸이 우리에게 교회에서 만난 청년을 소개했고 맑은 인상의 청년이 마음에 들어 기쁜 마음으로 결혼을 승낙했습니다.
  
결혼을 앞두고 딸의 둘째 고모부(정신과 전문의,  '30년만의 휴식’ 저자)가 축하 편지를 써 주셨는데 신혼부부와, 이미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내용이어서 소개합니다.
  
“결혼을 축하하네. (...) 새 가정을 이루는 신랑, 신부에게 내가 늘 해 주는 말이 있네. 

첫째. 내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부부조화의 비결은, 부부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해 주는 것이네. (...) 행복은 인격적인 만남에서 피는 꽃이라네.
  
둘째. 인간의 감정은 생각보다 더 여리고 상처받기 쉬워서 아내는 남편의 감정을, 남편은 아내의 감정을 늘 살피고 보호해 주어야 한다네. 아내가 외롭고 슬픈데 행복할 남편이 어디 있겠나. 반대 입장도 마찬가지. 

셋째.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말게. (...) 하나님의 은총으로, 자네들의 가정이 행복하고 존경받는 가정이 되기를 빌겠네.” 
  
결혼식 때 혼주 인사말씀은 신부 아빠인 내가 하게 되었습니다. 딸은 인사말씀 때 시를 외워주기를 바랐습니다. 아빠가 시를 좋아하는 줄 알고 시암송을 부탁한 딸이 고마웠습니다. 

다음은 인사말씀의 일부입니다.
  
“(...) 신랑을 처음 소개 받고 첫눈에 반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더 맘에 듭니다. 제 딸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의 배경이 된 프랑스 알자스 수도 스트라스부르, 슈바이처 박사가 의학공부를 했던 의과대학 부속병원에서 성탄절에 태어났습니다. 저는 시편 1편에 나오는 ‘물가에 심은 나무’의 이미지가 좋아 ‘수림(水林)’이란 이름을 지어줬습니다. 
  
신랑 신부를 위해 짧은 시 두 편을 낭송하겠습니다. 

처음 시는 서로에게 곁에 있어도 그리운 존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류시화 시인의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입니다. (시 낭송)
  
다음 시는 서로에게, 또 이웃에게 ‘그늘이 되는 사람’, ‘눈물이 되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정호승 시인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낭송하겠습니다. (시 낭송)
  
결혼식날 나의 멘토이신 이강남 선생님(한국은행 부총재보 역임, ‘설렘’ 저자)이 아름답고 귀한 결혼 축하 메시지를 담은 당신의 저서를 선물하셨습니다. 
  
“(...) 사는 동안 부부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주는 일, 일상에서 부부가 서로의 이야기를 언제나 경청하는 일, 늘 기도하고 감사하는 일, 행복한 삶의 길입니다.”
  
내 딸과 사위가 좋은 책, 클래식 음악, 산을 가까이 하면서 얼마쯤의 명시를 외우고, 고전의 명구들(특히 성경 요절)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면 기쁘겠습니다.
  
이번 호 암송추천시는 박이문 님의 ‘시골 돌담 뒤 감나무’입니다. 감의 청아한 주홍빛에서 한국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화자의 마음에 공감합니다.

시골 돌담 뒤 감나무/ 박이문 (1930 ~ 2017)

돌담 뒤 묵은 감나무
거기 매달린
감 여러 개

청아한/ 주홍빛  

감이 익어가는 한국의 가을/ 밝고 조용한 주홍빛 한국의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