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처럼 아름다운 단상(斷想)
고(故) 류달영 교수는 우리 어린 시절 안병욱, 김형석, 이어령 교수, 의사였던 최신해 박사 등과 함께 대중에게 영향력 있는 수필가로 알려져 있었지요. 이번에 그의 저서 ‘소중한 만남’ 부록으로 실린 단상(斷想)을 읽으면서 그의 인생에 대한 통찰과 지혜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 중 몇 가지를 적어봅니다.
“무장하지 않은 사람보다 더 강한 사람은 없다.” “돈과 지위와 권력과 명예에 사로잡히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인생! 이것이야말로 최고 경지의 삶이다.” “못난 인간의 공통점은 ‘잘난 체’, ‘아는 체’.'' “석가모니는 만물이 불성(佛性)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예수는 모든 인간은 하나님의 자녀라는 사실을, 공자는 사람마다 예외 없이 인성(仁性)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위대한 발견자들이다.”
“아무리 변변찮아 보이는 일이라도 한번 맡은 다음에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것이 성실한 삶의 자세이다.” “일본의 문인 나츠메의 ‘초침(草枕)’이라는 소설 첫 줄에 이런 명문(名文)이 있다. ‘지(知)로 살아가려니 모가 나고, 정(情)으로 살아가려니 떠내려가네. 어쨌든 이 세상은 살아가기 어렵구나!” “은혜에 예민한가 또는 둔한가로 인간성의 선악을 판단하면 대체로 확실하다. 배은망덕 잘하는 인간치고 착한 이가 없다.”
“일본 통치 시절 대전(大戰) 말기에, 은사 김교신과 함께 경기도 경찰부에 검거되어 문초를 받았다. 마귀처럼 무자비한 일인(日人) 경찰이 ‘황국신민서사(皇國臣民誓詞)’에 관하여 물었을 때 김교신은 서슴지 않고 ‘후일에 알게 되겠지마는 그것은 틀림없이 ’망국신민서사(亡國臣民誓詞)‘가 될 것이다’라고 대답하였다. 백두산처럼 우러러보였다. 나는 큰 스승을 모신 행복을 느꼈다.''
“크리스천인 나는 그리스도 못지않게 석가모니를 우러러 배운다. 부귀공명의 모든 올가미를 끊어버리고 왕궁을 탈출하여 자유인이 된 석가모니는 참으로 위대한 혼이다.” “숨쉬는 시간을 삶의 시간으로 생각하기가 쉽다. 숨쉬는 것과 삶과는 그 뜻이 다르다. 의미 없는 시간은 모두 죽은 시간이다.” “한 치도 못 되는 어린 물고기가 급한 여울물을 거슬러 올라간다. 그런가하면 동산 같은 고래가 둥둥 떠내려간다. 하나는 살아있고 다른 하나는 죽어있기 때문이다.”
“스물여섯 살의 미남 다미엔과 참혹한 마흔아홉 살의 나병환자 다미엔 신부의 사진을 나란히 놓고 바라보면 목석이라도 감동하게 될 것이다. 그는 숨을 거두기 직전에 ‘아, 나는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다 바치고 살아왔다. 나는 참으로 행복하다’라는 독백을 남겼다. 참으로 거룩한 인류의 성자이다.”
“동양사람이 동양정신에 대하여 자리잡음이 없이 서구의 정신을 깊이 파고들어가기는 어렵다. 논어 한 권, 노자 한 권, 불경 한 권을 훑어읽지도 않고서 동양의 문화나 정신을 낡은 것으로 깎아내려 말함은 어처구니없는 무지라고 하겠다.'' ''인간으로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은 값지게 죽을 자리를 찾아내는 일이다. 죽을 자리를 제대로 못찾으면 값진 일생도 그 가치가 반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번 호 암송추천시는 서윤덕 님의 ‘부모님’입니다. 부모님 손에서 자란 우리가 이제는 야윈 부모님 손을 잡아드려야겠지요.
부모님/ 서윤덕
제 손 잡아 주셨죠
제가 손 잡아 드릴게요